사색자리

내리사랑

오렌지와 은하수 2010. 9. 21. 13:13

 내리사랑


가정은 결혼으로 인해 이루어진다. 

그렇다고 독신남·독신녀의 가정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정상적인 가정이라면 부모 아래서 자녀가 성장한다. 부모는 다 자란 자녀를 결혼시킨다. 그래서 결혼은 분리요, 독립이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자녀들은 부모가 쏜 화살이다. 


활시위를 떠난 화살은 돌아오지 않는다. 돌아오리라는 기대가 부모를 슬프게 만든다. 결혼이 부모로부터 떨어져 나가는 것이긴 하지만, 그것은 또 상호보완과 결합이라는 긍정적 측면을 지닌다. 아쉽지만 부모 슬하를 떠난다는 자체가 이를 예비하는 행위다. 자신의 `더 나은 반쪽(better half)'을 찾아 완전한 인간을 이룬다고 하겠다. 


성경을 보면 아담이 이브를 향해 “이는 내 뼈에서 나온 뼈요, 내 살에서 나온 살이로다”고 말했으며, 이런 이유로 남자는 부모를 떠나 아내와 어울려 한 몸이 되게 되었다고 쓰여있다. 그러나 오늘날 가정파탄과 이혼이 급증하는 걸 볼 때 “결혼의 성공은 적당한 짝을 찾기에 있는 것보다도 적당한 짝이 되는 데 있다”고 한 텐드우드의 말이 더 가슴에 와 닿는다.


결혼으로 출생한 자녀는 부모의 사랑을 먹으며 자란다. 더러는 아동학대가 보도되기도 하지만 이는 극히 예외적인 일이고, 부모의 자녀 사랑은 본능을 넘어 `과보호'라는 비난을 불러올 정도다. 부모가 자녀를 사랑하는 걸 흔히 `내리 사랑'이라고 부른다. 사랑은 내려가고 걱정은 올라간다. 자식 잘 되기만을 바라며 삶 전체를 바쳐 뒷바라지하는 것이 지금까지 한국의 부모상(像)이다. 


그러나….

외국에 유학가서 석·박사 과정을 마치고 그 곳에 정착한 아들 소식을 전하자 어느 노부모는 반가움 대신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래요, 우리 늙은이 둘이만 지금 살고 있어요. 둘이 살다가 하나가 먼저 세상을 떠나겠죠. 그리고 혼자 살다가 얼마 있으면 그마저 또 가야죠” 그래서 자녀의 효도 기간은 4세까지라는 말이 나왔을까.


독일 속담에 `한 아버지는 열 아들을 기를 수 있으나, 열 아들은 한 아버지를 봉양키 어렵다'고 했다. `내리 사랑'의 반대말이 `치 사랑'인데 이런 건 없다. 있다면 그것이 효도다. 부모의 자식 사랑도 귀하지만, 자녀의 부모 사랑은 더욱 귀하다.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孝(효)'라는 글자는 `늙을 노(老)'자를 아들(子)이 업고 있는 형태다. 노후를 보장 받기 위해서 보험드는 심정으로 자녀에게 정성을 다 바친 오늘의 중년들은 이제 그 같은 생각을 접어야 한다. 부모에게 효도를 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효도 받지 못하는 첫 세대가 될 지도 모른다. 자녀에 대한 과잉기대를 버리고 탈 없이 자라주는 것만으로 감사할 시대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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