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적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소식지에 권두언으로 실린 글 (1995년)
기독교적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김 인수
우리는 이 사회의 많은 문제들이 바로 바람직한 지도자의 부재로 인해 생긴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된다. 정치계와 공직사회의 고질적인 부패, 기업의 비도덕적 영업행위, 국제경쟁력 상실, 이에 따른 경제의 침체, 한국 교회의 여러 왜곡된 현실, 교육계의 부조리와 경직성, 가정의 위기 등이 바로 바람직한 지도력의 부재에서 생겨났다는 것이다. 그래서 국민들은 김영삼 대통령이 취임하게 되었을 때 국가적 차원에서 우리정치계를 정화하고 개혁할 뿐만 아니라 경제도 소생시키는 지도력발휘를 기대하였던 것이다.
그럼 왜 이 많은 문제의 원인을 지도자에게 돌리는 것일까? 즉, 지도자란 무엇을 하는 사람이며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기에 그러는 것일까? 더나아가 기독교적 지도자란 어떤 사람을 말하며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가? 어떻게 바람직한 기독교적 지도자가 될 수 있는가? 이번 소식지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주제로 다루게 되었다.
지도자란 그가 책임지고 있는 인간집단(조직도 인간집단임)에서 그 집단의 공동목표를 설정하고 소속 구성원들이 상호협력하며 최선을 다해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영향을 끼치는 자라고 간단히 정의할 수 있다. 본인이 지난 20년 동안 한국사회와 조직들을 연구해오면서 내리게 된 가장 큰 결론 중 하나도 바로 지도자의 중요성이었다. 국가나 사회처럼 상당히 큰 규모이든 가정과 소그룹처럼 아주 작은 규모이든 상관없이 지도자의 영향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던 것이다.
지도자의 첫째 역할은 바람직한 공동목표를 설정하는 것이다. 즉, 그 집단이 추구해야할 바람직한 비전과 목표를 여러 과정을 통하여 설정하고 제시하는 것이다. 많은 경우 지도자가 이러한 공동목표를 제시하지 않음으로써 그 집단을 유리(遊離)하게 만들거나 혹 제시한다고 할지라도 바람직하지 못한 것이어서 구성원을 오도하게 되는데 문제가 있다. 안일무사 하게 정체되어 있을 뿐 아니라 세상의 풍조대로 흘러가고 있는 조직의 지도자가 바로 전자의 경우이며 집단이기주의를 추구하는 조직의 지도자가 바로 후자의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지도자가 조직이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과 비전을 제시하는 것은 구성원들로 하여금 마음과 힘을 모아 정열을 쏟을 수 있는 장(場)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지도자의 두 번 째 역할은 그 비전과 목표달성을 위한 구성원의 활동에 영향을 끼치고 그 과정을 관리하는 것이다. 즉, 그 구성원의 사고와 행동을 결정짓는 집단의 규범, 가치관, 윤리, 신념, 관례 등을 바람직하게 형성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지도자에 의해 규범이나 윤리, 관행 등이 잘못 형성되면 조직내부 활동이 비리로 왜곡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외부사회와 관계에 있어서도 부조리한 「이권 공동체」를 형성하여 부패한 권력구조를 구축하게 된다. 비록 바람직한 공동목표를 제시하였다 할지라도 관리과정에서 잘못된 스타일을 사용하면 바람직한 목표는 일개 장식으로 남게되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게 된다. 이에 반해 바람직한 지도자는 그의 지도력을 통하여 구성원의 창의성과 보람, 조직의 활력과 경쟁력, 사회에 대한 윤리적 책임의식 등을 형성해 나감으로써 조직을 그 구성원들에게 ‘신바람 나는 일터’로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사회에 대해서도 바람직한 책임을 다하는 조직’을 만들어 나가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구성원들의 의식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혁하게 되고 이를 통하여 사회 개혁을 다져갈 수 있게 된다. 이 두 가지 측면에서 지도자가 책임 있는 역할을 할 때 그 사회는 건전한 방향으로 발전해 가게 되는 것이다.
기독교적 지도자란 바로 이러한 두 측면에서 하나님의 뜻을 따라 행하는 책임 있는 자를 말하는 것이다. 하나님의 뜻을 따라 행한다는 것은 기독교적이라는 종교적 의미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바로 우리의 삶을 가장 아름답게 만들고, 이웃의 삶도 가장 아름답게 만드는, 더 나아가 사회를 아름답게 만드는 지침인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행한다는 의미이다. 기독교인이 정치, 사업, 및 교육의 현장에서, 또한 가정에서 그에게 주어진 지도자로서의 두 가지 역할, 즉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올바른 비전과 목표를 제시하고 수행하는 과정에서 정직과 성실과 적극성을 바탕으로 바람직한 지도력을 발휘한다면 이 사회의 윤리적 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사회가 이렇게 부패와 부조리로 물들어 있는 것도 20%나 되는 그리스도인이 자기가 서있는 곳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바람직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