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컬럼

가짜 기쁨, 가면을 벗으라

오렌지와 은하수 2006. 10. 20. 17:32

-우리는 얼마든지 벅찬 기쁨을 흉내 낼 수 있으며, 속으로는 독기어린 원한을 품고서도 짐짓 기쁨의 가면을 내보일 수 있다.
교회는 놀라운 관계가 형성되는 장소인 동시에 "어이쿠"소리가 절로 나는 관계의 온상이 될 수도 있다.
"그리스도인" 이라고 해서 무조건 칭송받을 만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 것이다. 그 중에는 그리스도를 그대로 빼다 박은 것처럼 사는 이들도 있지만, 마귀처럼 보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어떻게 그런 이들이 예배에 참석해서 스스로 하찮게 여기는 예수님을 그다지도 감미로운 목소리로 찬양할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그렇게 형편없는 그리스도인을 통해서 배운게 있다. 직접 경험해 보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벅찬 기쁨을 흉내 낼 수 있으며, 속으로는 독기 어린 원한을 품고서도 짐짓 기쁨의 가면을 내보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교회에서 가식적인 기도를 흔히 볼 수 있다. 진정한 기도는 하나님께 기쁨을 드릴뿐 아니라, 성도들에게도 기쁨을 가져다 준다.

  반면, 가식적인 기도는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행복연기(演技)'로 소화불량을 불러올 뿐이다. 간단히 말해서, 가식적으로 기도하는 이들은 항상 가면을 쓰고 사는 것과 같다. 다음과 같은 시를 남긴 걸 보면, 헬렌 조셉(Helen Joseph)도 경건을 연기하는 종교적인 배우들을 만났던 게 아닌가 싶다.

언제나 손에 들려 있던/하얀 가면 하나,/그녀는 늘 가면 뒤로 얼굴을 감췄다./웃음 짓는 고상한 표정의 그 가면./궁금하지만,/감히 묻지 못하기를 여러 해./마침내/머뭇머뭇 넘겨다본 가면의 뒤편,/거기엔/아무것도 없었다./얼굴 없는 그녀,/그녀가 가진 건/손에 들려 있던/우아한 가면 하나뿐.

'가면'은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진실을 가리기 위해 교회 혹은 신앙 공동체 안에서 흔히 사용하는 방법이다. 가장 세속적인 삶을 살면서, 영적인 명성은 그대로 유지하고 싶을 때 본능적으로 끌어다 쓰는 방편이기도 하다.  그러나 하나님은 진정함(authenticity)을 보시고 미소 지으신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나님이 돌아보시지 않는 것만 같은 심각한 침체 국면을 맞았을 때, 승리하는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처럼 가장해서 내면에 무슨 특별한 능력이라도 갖추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려 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솔직하게 하나님 앞에 나아가서 지칠 대로 지친 영혼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리고 하나님의 관점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것만이 좌절에서 벗어나는 길임을 마음에 새기게 해 주시길 간구해야 한다.

나는 어느 유명한 신학교의 교수 면접을 치르면서 일생일대의 암흑기를 겪었다. 학교 측에서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나를 채용하겠다는 언질을 주었다.  그러나 몇 차례 관료적인 변덕을 부리더니 급기야 그 자리를 맡기지 않겠노라고 알려 왔다. 무엇보다도 체면을 구기게 된 것 때문에 말할 수 없이 고통스러웠다. 모든 지인들에게 머지않아 그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게 될 거라고 얘기해 놓았기 때문이다. 그 일로 여기저기 깨지고 다쳤다. 주님께 나아갈 무렵에는 한 줌의 자존감도 남아 있지 않았다. 상처가 너무 쓰라렸다. 나는 기다시피 하나님의 보좌 앞에 나가서 이제는 현실의 암흑보다 내면의 암흑이 더 견디기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우리가 상처를 입고 자신을 비난하는 감정에 빠졌을 때, 하나님은 거기에 임하셔서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는지 드러내신다. 면접과 관련된 일로 내 영혼이 상처를 입었노라고 솔직하게 고백한 순간은 곧 하나님이 그 사실을 상기시켜 주시는 과정의 시작이기도 했다. 하나님은 나에게 '인정(認定)'의 약을 발라 깨진 곳을 치료하시고 너그러운 미소로 상처를 싸매주셨다.

자존감은 바닥나고 자기혐오만 남은 내가 하나님을 기쁘시게 한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  물론 그럴 수 있다. 하나님의 기쁨은 나를 온전하게 만들었다. 상처는 하나님의 임재 안에서 깨끗하게 치유됐다. 내가 어려움을 솔직하게 고백한 것에 대해 하나님이 기뻐하셨다는 사실 자체가 강력한 치유력을 발휘했다. 나는 나음을 입었으며 더 강해졌다. 굳게 서서 주님의 이름을 찬양할 수 있는 능력이 내 안에 넘쳐흘렀다.

그러므로 어려운 일이 닥칠 때 그것을 소중히 생각하라. 역경에는 거기에 합당한 부르심이 있다. 역경에는 우리의 실체를 바라보는 더 높은 시각이 들어 있다. 역경에는 더 커다란 힘이 들어 있다. 하나님 앞에서 정직하라.  새로운 능력이 솟아날 것이다.

캘빈 밀러의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삶  (The power of Living for God's Pleasure / Calvin Miller)
                                                                                                           출처 : 좋은생각